태국 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 법안의 논의를 여름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는 원래 4월 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입법 회기로 미뤄졌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 3월 내각을 통과했으며, 태국 전역 네 곳에 최대 다섯 개의 카지노 리조트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엇갈려… 찬성 80% 주장에 의문 제기

국가개발행정연구원(NIDA)이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박 중독, 범죄 증가, 자금세탁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으며, 정부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반면, 태국 재정정책국(FPO)이 주관한 공청회에서는 참가자의 80%가 카지노 리조트 도입을 찬성하며, 관광 수입과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 선거관리위원인 솜차이 스리수티야꼰은 이 설문 결과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여당 연합의 정책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시민 사회 및 헌법 전문가들 강력 반발

4월 6일, 2007년 헌법 초안 작성을 주도했던 30명의 헌법 전문가들은 국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법안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카지노 법안이 “장기적인 경제 안보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국가전략법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태국 국왕 라마 9세가 강조한 ‘충분경제철학’(Sufficiency Economy Philosophy)을 위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철학은 ‘적정성, 경쟁력, 저위험, 과잉 투자 방지, 외국 의존 최소화’를 중시합니다.

법조계 원로 자란 박디타나쿤과 위차 마하쿤 교수 등은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가 국유지를 잠식하고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법안이 지나치게 빠르게 입법 절차를 밟고 있으며, 그 배경에 탁신 전 총리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현 총리이자 그의 딸인 패통탄 총리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방콕포스트는 여당인 푸어타이당 소속 의원들이 탁신의 지시로 법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출당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 7월 다시 논의할 예정… “국민과 소통하겠다”

푸탐 웨차야차이 부총리는 최근 발언에서 카지노 리조트가 현재 세계 경제 불안 속에서 태국 경제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입품에 대해 36%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태국이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도박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생존의 문제입니다.” 푸탐 부총리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적 논리로 헌법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카지노 법안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국회에서의 논의는 적어도 7월 3일 시작되는 다음 회기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패통탄 총리는 “법안을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계속해서 듣겠다”며 “보다 나은 이해를 돕기 위해 계속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